내가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20대 중반이었다.
원래는 뭔가 시작할 때 "이걸 취미로 할거야!" 하고 오만가지 장비를 먼저 구입하는 성격인데, 차는 그렇지 않았다.
회사에 도둑이 들었다.
새벽에 자동차로 통유리를 날려버리고 처들어와 훔쳐갔다고 했다.
출근했더니 통유리가 날아가 없고, 고치는데 2~3주는 걸렸던 것 같다.
한쪽 벽이 뻥 뚫리는 바람에 한겨울 바람이 쌩쌩 들어왔다.
비닐로 막는다고 막았지만 한겨울 바람을 이길쏘냐.
그 바로 앞이었던 내 자리가 미친 듯이 추웠는데, 옷 만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커피 맛은 서른이 넘어서야 알았기 때문에, 차를 선택했다.
시간을 재고, 예쁜 컵에 따라서 마시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살기 위해 커다란 보온병에 티백을 넣고 우려 마셨다.
당시 나는 현미 녹차를 참 많이 마셨다.
그렇게 스물도 후반으로 달려갈 즘엔, 출근할 땐 으레 차 한잔을 타서 보온병에 가져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것을 접하게 되었다.
테틀리의 얼그레이 바닐라
누군가가 이걸 마셔본 적이 없다면 반드시 마셔보기를 권한다.
세이프웨이에서 뭘 사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재니터가 추천해준 것이다.
주로 녹차, 허브차만 마시던 나에게 (홍차는 떫다는 인식이 있었다!) 홍차는 언감생심이었지만
바닐라 라고 써 있어서였을까.
그래 한번 마셔보자 하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초보자에게도 전혀 거부감 들지 않는 훌륭한 홍차다.
그렇게 조금씩 차에 대한 편견을 또 하나 부쉈다.
그 즈음 아는 분이 메이플티를 선물해주셨다. (내가 이후에 많은 메이플티를 마셔보았지만, 비교불가)
차가 그저 낯설기만 했다면 찬장에 썩을 때까지 처박아 뒀을 성격이지만,
차에 대한 거부반응이 줄어가던 참이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마셔보았다.
메이플 시럽 같은 달콤한 향에 반해버렸다.
이건 슈퍼스토어나 세이프웨이 같이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지는 않아서 불편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정말 맛있다.
가을 겨울에 달달한 기분이 되기에는 최고의 차다.
그러다가 반년 정도 지났을 때인가,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예쁜 홍차 컵에 아크바 분말 밀크티를 대접 받은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예쁜 컵에 담긴 장미향이 나는 달콤한 것이라니!
그렇게 나는 차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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